마을 소식 나눔/마을소식

팔당에서 송촌으로 마을 터전을 옮기기까지

없이있는마을 2020. 7. 1. 22:20

팔당에서 시작한 한몸살이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흩어진 청년과 가정들이 재작년부터 팔당에서 한 마을로 모여살기 시작했습니다. 주어진 환경과 여건에 따라 출렁이던 낱개의 인생을 제쳐두고 예수를 머리로 여기며 한몸처럼 지내자는 한몸살이가 벌써 햇수로 3년차입니다. 왜 팔당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쉽사리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팔당은 마을의 뜻과 방향에 따라 정한 터전이라기보다 그저 주어진 고향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모여살고, 예배드리고, 공부하고, 밥 먹으며 우리를 왜 한몸으로 부르셨는지, 앞으로 우리 마을은 어떤 길로 향할지를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아니, 우리가 묻기 전에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계속 우리에게 물으셨지요.

팔당 마을의 모습. 그리고 첫 한몸살이를 준비하며 도배울력을 하는 마을 형제들의 모습

먼저 걸어간 이들에게서 배우다

제아무리 홀로 열심히 책 읽고, 고민하고, 생각한다한들 좋은 스승 한 분 만나는 것에 비할 것이 있을까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너희는 어떤 마을로 살래?”라는 물음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이들의 ‘어제’와 ‘오늘’을 관찰해보았습니다. 포천에서 열린 ‘공동체한마당’, 홍천에서 함께한 ‘교육한마당’, 장수에서 만난 생태활동가 똥꽃 전희식 선생님의 인연까지. 앞으로의 길을 묻기 전에 없이있는마을은 먼저 걸어간 이들에게서 공동체의 방향을 잡아갈 지혜를 배웠습니다.

(좌) 2019년 8월 전북 장수에서 전희식 선생님과의 만남 / (우) 강원도 홍천에서 2019년 밝은누리 한마당잔치 - 마을⋅교육⋅평화 고운울림 이야기마당

부르심과 뜻에 어울리는 때와 터전을 찾아서

먼저 걸어간 이들에게서 배운 바를 지체들과 함께 정리하고 앞으로 없이있는마을이 걸어갈 길을 회의했습니다. 예수가 원하셨던 공동체가 무엇일지 반복해서 물으며 팔당에서 공간적으로 제약된 한계를 뚫고 새로운 터전을 찾자고 결정했지요. 없이있는마을의 부르심과 뜻에 어울리는 터전을 만나고자 부지런히 발로 뛰었습니다. 직접 걸어보며 마을의 기운을 느껴도 보고, 산과 개울이 있는지를 살피고, 적절한 규모의 세대수가 형성되었는지등을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없이있는마을에게 가라고 명하신 그 터전이 어디든지 향하겠다는 텅빈마음으로 마을이전을 준비했지요.

 

송촌에서 세워갈 하나님 마을, 하나님 나라!

마침내 결정한 송촌으로의 이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팔당에서 송촌으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마을의 기운이 나뉘지 않도록 서로 왕래하고 중보합니다. 특히 팔당에서 버려두고 갈 옛 자아의 연약한 습관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성찰하며 빈마음으로 주님 주시는 은총을 송촌에서 새롭게 누리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송촌에서 없이있는마을은 ‘나는 없고 예수로만 살기’까지 나의 생각, 느낌, 염려등에서 오는 마음의 움직임을 상대화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서 늘 부족함 없는 참사람으로 우뚝 서도록 일상에서 순간마다 수련합니다. 이곳에서 세워갈 하나님 마을, 하나님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여전히 하나님은 우리에게 묻고 계시는군요. “없이있는마을 너희는 어떤 마을로 살래?” 그 물음에 우리는 배우고 기도하고 수련하며 성실히 답해가야겠지요? 어디로 가야할지 갈 바를 알지는 못하여도, 순간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할 수 있도록 나는 없고 예수로만 사는 마을로써 이렇게 살아갑니다.

 

(좌) 송촌리로 첫 이주한 누리봄터에서 드린 예배 모습 / (우)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송촌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