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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 나눔/키움과살림

마지막 쌀 한 톨까지 고맙게 온 생명 어우러져 서로 살리는 삶을 위해, 없이있는마을에서는 기계 없이 손으로 밭농사와 논농사 지어가고 있다. 특히 땅강아지논이라 이름 붙인 우리의 논은 물이 잘 고이지 않아 빗물을 받아써야 하는 딱딱한 땅이다. 그래서 공동체가 함께 품을 들이지 않으면 손농사가 불가능하다.  6월 모심기를 준비하며 새벽마다 논을 갈아엎는 울력이 있었다. 나는 당시 서울에서 살고 있어 참여하지 못했지만, 그 울력에 참여했던 한 지체가 진짜 힘들긴 했다며 자작곡 노랫말로 남길 정도였다. “태어나 처음 해본 하늘땅살이, 아이쿠! 어지러워 나 집에 갈래~” (물론 이렇게 끝나지 않고 의미있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노래가 궁금한가? 마을 놀러오면 불러주겠다.ㅎㅎ) 6월의 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땀 흘려 준비해둔 땅강아지논에 태어나.. 더보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한 <누구나 텃밭> 돌아보기 2022년에 이어 지난해 두번째로 열었던 누구나텃밭! 2022년엔 누구나텃밭 참여자로, 2023년엔 누구나텃밭 개최자로 함께했답니다. 누구나텃밭은 텃밭을 제대로 일궈본 적도 없고, 텃밭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관심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와서 함께 텃밭 가꾸고 농생활에 대해 공부하려고 너른품밥상연구소에서 꾸린 장이에요. 22년엔 누구나텃밭 덕분에 토종씨앗을 알게되고, 직접 심고 길러보고, 고추장도 담가보았지요. 23년엔 너른품밥상연구소의 연구원으로써 함께 활동 꾸리고 참여자 분들의 점심밥상도 매번 준비했어요. 봄에는 따스한 기운 받고 올라온 봄나물 캐어 밥상에 올리고, 여름엔 직접 기른 밭 작물 내어 올리고, 가을엔 두부 만드는 법 알려드리며 함께만든 두부도 밥상에 올렸어요. 단순히 텃밭 함께 .. 더보기
지금 우리가 함께 모여 논농사를 하는 이유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논농사 수년 전 서양 학자들은 물을 담아 농사를 짓는 기존의 논농사 방식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메탄을 대량으로 발생시킨다고 발표했다. 나뭇가지나 풀, 동식물의 사체가 논에 담긴 물에 의해, 정확히는 그 안에서 활동하는 작은 생물들에 의해 분해되며 메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2018년도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출되는 메탄 중에서 벼농사의 비중은 22.5%를 차지한다. 뭐지? 모내기나 벼베기가 이제야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논농사를 지으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악당이 되는 것인가. 참 기운빠지는 소식이다. 한반도에서 길러 먹은 농작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게 바로 벼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벼농사를 지은 나라는 어디일까? 이럴수가, 맙소사. 우리나라다. 199.. 더보기
조금은 달라진 우리의 밥상 풍경 함께 한솥밥을 먹는 사이를 '식구'라고 부른다. 그런데 요즘은 한 공간에서 같이 사는 가족들끼리도 밥을 같이 먹지 못하는 시대다. 괜히 어색하고 쑥스럽게 느껴지던 '혼밥'은 이젠 꽤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어버렸고, 코로나 돌림병 이후에는 어디서든 혼자 쉽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배달 음식'과 '간편식'이 일상화되었다. '식구'가 사라지는 요즘이다. 그러기에 마을에서 함께 모여 살기 시작하며 우리가 가장 힘쓴 부분이 이 '밥상'이었다. 일주일에 3번씩은 꼭 다함께 모여 밥을 먹었다. 불날(화) 저녁, 나무날(목) 저녁, 그리고 해날(주일) 점심. 집집마다 돌아가며 서로 순서를 정해 모이는 집에서 밥과 국을 해놓고 다른 집에서는 반찬 하나씩 만들어 그렇게 모여 밥상을 나눴다. '코로나'라는 돌.. 더보기
"장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 고추장 청국장 만들기 도전 "우리 선조가 이 땅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 풍토 계절에 따라 먹을 음식을 미리 계획하고, 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우리 현실(기후변화)과 절기에 알맞게 심고 거두는 농사공부!" 산으로 들로 온갖 풀 따러 다니던 들풀 자율배움 모둠이 올해 '너른품밥상연구소'로 한 걸음 나아가면서 새 뜻을 세웠습니다. 말은 좀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때에 맞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 차릴 수 있도록 논밭에서 밥상까지 잘 계획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던 중 “우리 손으로 장 만들어볼까?” 툭 이야기가 나왔지요. 가볍게 상상하던 일, 망설이지 말고 하나씩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차리는 밥상 모든 음식의 기본이 바로 장이니까요. 첫 번째는 고추장 만들기 한 시간 뚝딱 코스! 각자 집에 묵혀있던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 더보기
땅 밖으로 고개를 내민 냉이 - 그렇게 봄이 온다 “그렇게 봄이 온다” - 생명력 넘치는 봄의 기운이 내 안에 들어오는 거 같다. 새해를 맞이하며 몸 건강을 잘 지키는 것과 마음 건강을 잘 지키는 것을 한 해의 다짐으로 삼아보았다. 분명 몇 년 전 까진 먹는 것에 신경 쓰고 몸을 살피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모두가 그렇듯 내면보다 눈에 보이는 외면을 신경 쓰기에 바빴다. 내면을 바라보게 된 첫 시작은 결혼을 하고 신혼 때 친구 부부의 추천으로 ‘먹거리 교육’을 함께 들은 것이었다. 두 번 정도의 수업을 들은 후, 강사님이 직접 차려주신 갓 도정해서 지은 밥과 반찬들을 먹으며 “이렇게 맛있는 밥이?” “특별한 메뉴가 아니어도 이렇게 소박하고 멋지게 음식을 차려먹을 수 있구나..” 탄성을 질렀었다. 한식 위주의 식단이었는데 정말 맛있고 건강해지는 기분.. 더보기
얼쑤 신나게 ‘논’다(6) - 마지막 이야기 쑥대밭 (2020년 10월) 땅강아지논에 고라니와 멧돼지 흔적이 점점 많아지더니 이제는 아주 제 놀이터로 아는 모양이다. 먹지도 않을 벼를 깔아뭉개 땅에 꼬라박으니 그야말로 암담하다. 별안간 욕도 나온다. 전쟁이라도 벌여야 하는 건가? 시골에 살다보면 산 중턱에 버려진 논이 참 많은데 다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다섯 가지 토종벼 중에 가장 처음 모내기했던 메산디는 벌써 절반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갈 때마다 일으켜도 봤지만 될 일이 아니다. 진흙 속에 쳐박혀서 너저분해진 볍씨들이 보이니 그냥 뒤돌고 싶어지더라.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비릿한 진흙에 뒤덮여 참혹하게 죽어가는 것들은 그만 외면하고 싶더라. 그러다가 쳐박힌 벼 이삭이 모양 그대로 싹을 낸 걸 봤다. 용케 여문 벼가 진흙 속에서 따스한 볕과 물을.. 더보기
얼쑤 신나게 ‘논’다(5) 벼가 자란다 (2020년 7-8월) 쇠머리지장이 조금 남아서 못자리에 그대로 둔 것 말곤 다들 자리를 잡고 뿌리를 뻗기 시작했다. 주춤거릴 새도 없이 왕성히 자란다. 논이고 밭이고 숲이고 들이고 할 것 없이 생명력이 최고조에 다다르는 시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벽 공기 마시며 얼 깨우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 뻘뻘 흘리고 정성껏 차린 밥 맛있게 먹고 벗 만나 님 만나 가슴 뛰게 사랑하고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곤히 잠드는, 그야말로 살아가는 힘 가득한 때다. 하루하루 신나게 지내니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이 지나간다. 무너진 논둑 (2020년 8월 6일) 땅강아지논은 빕새울 골짜기 다락논 여섯 칸 중에 가장 아래 두 칸이다. 윗자리는 땅 주인도 다르고 지금은 버드나무가 무성하니 방치된 늪지다. 한창 가물 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