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이어 지난해 두번째로 열었던 누구나텃밭!
2022년엔 누구나텃밭 참여자로, 2023년엔 누구나텃밭 개최자로 함께했답니다.
누구나텃밭은 텃밭을 제대로 일궈본 적도 없고, 텃밭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고 관심있는 이들이면 누구나 와서 함께 텃밭 가꾸고 농생활에 대해 공부하려고 너른품밥상연구소에서 꾸린 장이에요.
22년엔 누구나텃밭 덕분에 토종씨앗을 알게되고, 직접 심고 길러보고, 고추장도 담가보았지요. 23년엔 너른품밥상연구소의 연구원으로써 함께 활동 꾸리고 참여자 분들의 점심밥상도 매번 준비했어요. 봄에는 따스한 기운 받고 올라온 봄나물 캐어 밥상에 올리고, 여름엔 직접 기른 밭 작물 내어 올리고, 가을엔 두부 만드는 법 알려드리며 함께만든 두부도 밥상에 올렸어요. 단순히 텃밭 함께 일구는 것을 넘어서 땅에서 만난 생명들을 밥상에 올리며 내가 심은 것도 아님에도 거저 먹을 수 있다는게 새삼 놀라웠어요.
텃밭을 일구려면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풀을 뽑는 것만이 다가 아니에요. 작물이 뿌리내리고 살아갈 흙도 건강해야하지요. 그래서 이번엔 거름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텃밭 근처 산에 가서 토착 미생물을 채취해왔어요. 너른품밥상연구원들이 일주일 전에 직접 고두밥, 삶을 감자를 넣은 상자를 산에 갖다두고 누구나텃밭 참여자(이하 누구님)들과 함께 상자를 거둬왔지요.
토착 미생물 채취할 때에는 상자 안에 고두밥 등의 먹거리를 넣어두는 거라 맷돼지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고, 비가 온다면 상자 안에 물이 찰 수도 있고, 근처에 침엽수가 아닌 활엽수가 있어야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유의해야해요. 결과적으로 누구님들과 함께 꺼내보았는데,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어요. 채취에 성공한 미생물을 거름반죽으로 만들어서 숙성시킨 뒤 내년에 밭에 뿌리기로 했어요.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어김없이 많은 누구님들이 누구나텃밭과 함께 해주셨어요. 1년의 참여 기간을 모두 함께한 누구님도 계시고, 한 두번씩만 오신 누구님들도 계셨지요. 이 중에서는 지금 우리 없이있는 마을에 함께 예배드리고 있는 청년들도 있답니다.
24년에도 계속 이어질 누구나텃밭, 이번에는 어떤 활동들을 꾸려갈까요?
이번에는 어떤 누구님들이 오셔서 함께 텃밭 일구게 될까요?
나 자신을 넘어 흙과 밭에 살아가는 씨앗, 지렁이, 꿀벌 그리고 함께하는 누구님들 만나며
지경地境이 넓어지는 시간 누렸어요.
-유림-
올해 경험한 것 중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걸 꼽으라면, <누구나 텃밭>에 참여해서 잡초를 만나고, 땅을 만나고, 씨앗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을 따라 모여 사는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닐까 싶다.
매일 땅에서 난 음식을 먹으면서도 한 번도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생협이나 한살림에서 유기농 표시가 된 먹거리를 사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지극히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했던 나에게 작은 텃밭은 땅과 씨앗, 그리고 잡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던 수많은 풀들에도 이름이 있고, 각자의 쓰임이 있다는 것을, 아주 작은 씨앗에 엄청난 생명력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연결성과 보완성의 힘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자본이라는 이름 앞에서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을, 그럼에도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텃밭에 참여하고, 없이있는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정말 살고 싶은 삶을 따라 도시를 떠나야겠다는 용기를 냈다. 더 늦기 전에 자연과 더 가까이, 작은 텃밭을 만들어 내가 먹는 것들을 직접 기르고, 새소리를 듣고, 나무를 만나고, 땅을 살리며 살아가야지.
여름에는 몇 시간씩 잡초를 뽑아도 무성했던 밭이 서리를 맞고 추위를 만나며 앙상해졌다. 생명이라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 식물들은 씨앗을 남겼다. 채진이 발견한 야상 박하씨앗, 상희님이 주신 토종콩과 토종팥씨앗을 얻어왔다. 죽어있는 것 같은 이 씨앗 안에 사실 엄청난 가능성과 생명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까? 🌱
-2023년 누구나텃밭 참여자 은지님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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