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극한육아, 육아전쟁… 전쟁터에서나 쓸법한 단어가 육아라는 말과 같이 쓰이는 시대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원래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요? 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일분일초 매순간 달라지는 생명을 기르는 일이며, 몸뿐만 아니라 마음 살필 일도 많은 일이지요.
그래도, 우리가 자라던 시절에는 육아가 이렇게 (조금은) 살벌한 단어로 불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왜 그때와 지금은 다른 걸까요? 결국은 사람, 관계, 공동체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시절에는 집 안에 식구가 많았고, 집 밖에는 이웃이 많았습니다. 엄마 혼자 온종일 아이에게만 붙어있을 일은 많지 않았지요. 하지만 현대 도시사회에 사는 우리에게는 식구도 이웃도 별로 없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오롯이 한 가정의 몫입니다.
없이있는 마을에도 엄마나 아빠 혼자 아이를 돌보는 가정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독박육아를 하거나 극한육아를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러냐구요? ‘품앗이’가 이기 때문이지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일을 품앗이라 한다죠? 우리 마을에는 “보육품앗이”가 있습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마을에 돌이 안 된 아가를 키우는 두 가정이 있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두 엄마가 날이 갈수록 지쳐갔지요. 아무리 기도하고 매일 마음을 지키려 노력해도, 못 자고 못 먹으며 젖먹이 아기를 돌보는 일은 참 고된 일입니다. 마을 지체들은 “기도할게~”, “힘내~” 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짐을 나눠지자 마음먹었지요.
일주일에 한 번, 두 세 시간 남짓 이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아닌 지체들이 모여 두 아기를 돌보았습니다. 처음에 엄마들은 갑자기 생긴 여유시간이 낯설었습니다. 아이가 젖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등 생활리듬을 생각하느라 마냥 좋지만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아이도 엄마도 이모삼촌도 그 시간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이모 삼촌 품에서 곤히 잠들고, 깨어 놀고, 밥도 잘 먹었습니다. 어느덧 참여하는 이들 모두 그 시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한 살 많은 친구가 합류하며, 보육품앗이 시간도 그에 따라 차차 변해갔습니다. 지체들이 정기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간이 정착되어 가는 동안,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엄마들의 주체성도 자랐습니다. 지체들의 도움과 더불어 엄마들이 주도해 이 시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돌보는 시간을 늘려가고, 엄마들 돌아가며 쉴 수 있는 시간도 안정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만남 내용도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았습니다. 아이를 다른 집에 맡기거나 함께 돌보는 일이 보육품앗이 시간 외에도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두세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평일에 매주 강의를 듣거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면 꽤나 놀라운 일이죠?
그렇게 젖먹이 아가들이 자라서 어느덧 세 살, 네 살입니다. 스스로 밥을 먹고, 책도 읽고, 실컷 뛰어 놀고, 툭하면 서로 싸우고 우는 아이들이 되었지요. 그 사이 마을에 동생도 둘 이나 더 생겼습니다. 함께 아이들을 돌봐온 시간을 갈무리 하며,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어린이집을 소망했습니다. 마땅한 장소도, 전문 선생님도 없습니다. 아이들도 서너 살 친구 세명에 돌쟁이 한 명, 태어난 지 50일 된 신생아 한 명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꿈을 꿉니다. 그동안 해온 대로 각 집에서 돌아가며 모이고, 선생님도 엄마들이 돌아가며 합니다. 같이 노래하며 춤추고, 책 읽고, 산책하고, 밥을 함께 먹으며 그렇게 함께 하루를 보냅니다. 그저 나이에 맞게 일과를 보내며, 엄마 아빠뿐 아니라 마을 식구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몸으로 배워갑니다. 하늘 산 개울 나무 흙 온갖 동식물 속에 뛰놀며, 생명 속에 깃들고 우리 안에 스며있는 하나님 사랑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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