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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 나눔/마을학교

2022-23 민들레학교 겨울배움 갈무리 잔치

몇 년 전 무더운 여름 전라북도 장수에 가서 전희식 선생님을 찾아뵈었다. 한몸살이가 시작된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고, 당시 우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어떻게 열면 좋을지 고민하던 때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교과목을 어떻게 하지? 학교 건물은? 여러가지 현실적 두려움 앞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 때, 전희식 선생님과의 만남은 새로운 기운을 얻는 전환점이 되었다. 보따리처럼 어떠한 학생들도 품어 주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배움, 지체들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씀을 듣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학교건물과 교과목에 관한 관념들이 깨어졌다.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는 생명과 죽음, 고통을 동시에 가르치고, 사랑과 함께 징계를 주며, 장애아와 입양아도 동등한 대접을 받고,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비록 아이들일지라도 노동의 훈련을 가르친다. 지식, 신앙, 인격, 재능, 공동체성을 골고루 갖추게 하는 전인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그렇다. 이것을 가르치면 된다. 방식은 정말 자유롭게 가능하다.

 

2019년도 전희식 선생님과의 만남에 바로 이어 밝은누리 한마당에서 마을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학교와 선생님들을 만났었다. 꽃피는 학교, 풀무학교, 부산 온배움터 등 다양한 대안학교와의 만남이 있었다. 여러 만남을 통해 귀결된 결론은 삶과 교육의 장이 일치가 되지 않으면 어떤 옳은 가치나 정신도 오랜 기간 뿌리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한 만남들 속에서 우리는 작게 작게 하나씩 하나씩 시작해봤다. 주일에 민들레 친구들 예배와 활동을 시작으로 여름방학 땐 여름마실도 하루 해보고, 우리의 때를 기다리며 조급해하지 않고, 그렇다고 손놓고 포기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2020년을 맞았다. 온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였지만, 코로나 돌림병은 온 세상을 뒤흔들었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다. 입학식을 컴퓨터 화면 속에서 진행한 온유를 보며 참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위기 속에는 희망이 샘솟는 법! 마을을 함께 살아가는 이모 삼촌들이 그 시기를 방편삼아 아이들과 주체적으로 만나갔다. 함께 논을 만들어 모내기를 처음 시작하고, 아이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글로 써서 이모 삼촌들에게 직접 신문을 만들어 나누어줬다. 그렇게 또 이전과 다른 기운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민들레학교의 세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만의 공간에서 '민들레 갈무리 잔치'를 열었다. 주책스럽게도 너무 감격스럽고 벅차서 눈물도 조금 났다. 매년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나준 지체들도 참 고맙고, 공교육과 병행하면서 때론 혼란스럽고 힘들기도 할텐데 여전히 마을 안에서 밝게 자라는 아이들 보며 새 힘을 얻는다.

참 해맑고 밝은 우리 민들레 친구들(그리고 어느덧 중학생이 된 '진달래'친구도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그 날 잔치가 너무 재미났다. 그렇게 신나게 웃어보고 환호하고 박수쳐본 건 정말 오랜만인 것처럼.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은 참 큰 기쁨이고 감사다. 사교육과 미디어, 게임 등 대중문화와 입을 현혹시키는 자극적인 먹거리들의 공세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즐거움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더 잘 살아내고 싶다. 그래서 정말이지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도 훨씬 더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생명들로 힘차게 자라나길!

 

-기선-

선생님과 함께 한학기동안 배운 영남사물놀이로 멋진 공연을 펼친 민들레 친구들


"민들레와 함께 잔치를 준비하는 동시에 이레에서도 민들레를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 이 시간 너의 맘속에, 우리가 간직해야 할 너희들에게 불러주고 알려주고픈 이야기기도하지만 우리 또한 듣고 새겨야 할 이야기다.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잘 들려주고팠다.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 때마다 늘 함께하는 우리되길. 언제나 함께하는 이모가 되야겠다. 사실 요근래 마음 속에 어려움이 꽤나 있었는데, 그래도 돌아설 수 없는 이유는 민들레와 둥굴레였다. 그것만큼은 너무 확실했다. 약속을 지키는 이모가 되겠다. 그렇게 서로 지켜주며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가자."

-유림-

민들레들을 위한 이레 이모삼촌들의 공연


"겨울학기에 어떻게 아이들 만날지 고민했는데 다른 과목으로 만나고 싶었어요. 교사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다가 이야기꾼처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자 생각했지요. 겨울이잖아요? 겨울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맛난 주전부리 먹으며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풍경이 늘 떠오르게 해요. 마침 저는 꽤 훌륭한 이야기꾼이랍니다. 이야기를 읽어주며 바로 눈에 보이는 그림이나 화면이 아닌 글로 잘 듣고 스스로 장면을 상상해보길 기대했지요. 수업은 떡도 만들어 먹을 만큼 재미나게 흘러갔고 아이들은 이전보다 수업시간을 훨씬 좋아하더라구요. 자, 대망의 갈무리잔치에서 옛이야기는 어떤 잔치를 벌일까요?"

-해라-

한학기동안 배운 옛이야기로 <거지 친구와 도깨지> 극을 직접 만든 민들레 친구들과 선생님들


"지금 우리의 때에 민들레 친구들과 함께 배워갈 수 있는 정신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아이들의 관심 중에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었고 단번에 떠오르는 역사적 인물과 장소를 조사했습니다. 조사중에 사심이 느껴지는 역사적 장소는 <제주 4.3사건 유적지>가 있었고  인물 중에는 전봉준, 김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에서 전봉준과 관련된 <동학농민운동>을 함께 공부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 그들이 그토록 찾았던 ‘지금의 억압된 세상을 바꾸어 모두가 평등한 삶’에 대한 열망을 느껴보고자 했습니다. 

 

힘없는 민중들이 힘있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친구들이 찾아간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 출애굽기, 동학농민운동, 5.18광주 민주화 운동 등. 이 흐름은 지금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억압받는 힘없는 민중들이 어느 때에나 있어왔고 그들은 늘 꺼지지 않는 소망을 갖고 해방을 외치며 나아갔습니다. 농민들의 멈출 줄 모르는 희망을 향한 정신이 잘 전달되기를 소망합니다"

 

-상민-

 

https://www.youtube.com/watch?v=NpQbyu9nI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