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이있는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이제 제법 많아졌습니다. 함께 공동체를 시작한 이후로 몇년 간은 여러 가정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과정이 반복되었어요. 함께 있기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서로의 짐을 나눌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점점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만나가야 할까? 고민도 많아졌습니다.
처음엔 <보육품앗이>의 형태로 함께 아이들과 엄마가 어우러져 시간을 보냈어요. 노래하고, 책 읽고, 산책하고, 밥도 같이 해서 먹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외부 어린이집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는데, 선생님 대신 엄마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었죠. 그러다보니 엄마들의 부담이 작지만은 않았습니다. 여전히 '아이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생각의 전제가 잘 바뀌지 않는 모습도 보게 되었구요.
'육아'라는 장 안에서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힘을 얻고 즐겁게 만나갈 수는 없을까? 우리 만남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을 사람들 의견 받고 투표해서 <둥굴레 놀이터> 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마을에 <민들레 학교>가 있어서 비슷한 어감으로 우리 아이들 둥글게 둥글게 서로 사랑하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리고 엄마들이 이제 직접 선생님이 되기로 했어요. 함께 사는 청년 중 한 친구가 마음을 내어 아이들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여 요일마다 선생님을 한명씩 세워서 만났습니다. 엄마 혼자서 여러 아이들을 돌보는게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많이 커서 그런지 제법 수월했어요. 그렇게 선생님들마다 요일을 정해서 4-6세 사이 친구들을 만나가고 있습니다. 3세 아이들도 엄마랑 함께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구요. 덕분에 엄마들은 일주일에 1번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다른 날은 아이들 없는 개인 시간을 충분히 보내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감사하게도 우리만의 공간도 생겼습니다. 지난해 겨울부터 저희 없이있는마을의 다함께 쓰는 공간이 생겨서 그 방 하나를 <둥굴레 놀이터>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어요. 또 올해부터는 함께 사는 청년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날을 정해 산책, 놀이 등 보조 선생님으로 나서주어서 아이들의 하루가 더욱 풍성해졌어요. 그리고 매주 금요일은 아빠들이 돌아가며 선생님이 되는 '둥굴레 열린 놀이터' 날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들보다 선생님 수가 훨~씬 많답니다. 아이들은 매일 일상적으로 자주 만나는 이모, 삼촌들을 '선생님'으로 만나니 매일 새롭고 즐거워해요.
둥굴레 놀이터는 대부분 바깥 활동이에요. 없이있는마을이 살고 있는 이 곳에는 3-6세 아이들이 뛰어놀만한 공간이 정말 많아요. 산과 강, 개울, 밭에서 계절마다 그 풍성함을 마음껏 누리고 있어요. 봄에는 함께 밭에 씨앗을 심거나 온 동네 봄꽃들 구경하며 다니고, 여름에는 개울에서 물놀이하고 오디, 보리수, 살구, 앵두 등 온갖 열매들 마음껏 따먹으며 하루를 보내요. 삼촌들이 꾸며준 놀이터 공간에서 모래 놀이도 하고, 나무 집에서 소꿉놀이도 하고요. 가을엔 밤나무 밑에서 밤 열매 줍고, 눈 펑펑내린 겨울날은 눈놀이 하느라 하루가 금방 가죠. 또 재주 많은 이모 삼촌들 덕분에 장구도 배워보고, 요리도 하고,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 활동도 하면서 다양한 배움의 시간도 갖고 있어요.
그리고 마을의 잔치들이 참 많은데, 잔치마다 우리 둥굴레 친구들도 멋진 공연을 하기도 한답니다. 평소에 둥굴레 놀이터 시간에 배운 노래와 율동을 연습해서 동생들 돌잔치, 언니 오빠들 배움 갈무리 잔치 등등 날에 마을 이모 삼촌들 앞에서 선보여요.
마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일은 정말 큰 기쁨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물론 조금 더 품을 내어야 하지만, 그만큼 마을의 아이들을 더 깊이 만나갈 수 있어요. 선생님들은 한두달에 한번씩 모두 모여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 나누고,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의 생각을 묻기도 해요. 아이들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이들의 주체성은 어떻게 키워줘야 하는 것인지 등 아이들마다 성향과 때가 다르다보니 그 때마다 서로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또 같이 더 공부하자며 함께 책나눔도 합니다. 얼마전엔 저희보다 이 과정을 먼저 시작한 이웃 마을 대안 어린이집 찾아가서 배우는 시간도 가졌어요.
몸에 해로운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 간식 거리들, 자극적인 영상이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폰, 갈수록 진화되는 값비싼 장난감과 놀이 문화 등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들을 본래 생명답게 키우기 위해 잘 돕고 가르치는 부모이자 스승으로 잘 만나가길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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