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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 나눔/마을소식

기독청년학생들과의 만남 - 졸업 후 청년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며

지난 4월 5일 쇠날(금요일)부터 5주동안 숭실대에서 KSCF(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주최로 <생명평화특강-기독학생의 사회진출, 졸업 후 우리는>을 진행했다. 작년에도 동일한 장소에서 기독 청년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특강의 마지막 주 주제는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나라 생명살림평화의 삶을 일구어가는 선배들의 나눔>이다. 이 주제의 이야기 손님이 총 3명이 초대되었고 나도 그 중 1명으로 초대를 받았다.

 

 

초대를 받았지만 사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막막했다. 지금 시대를 어렵사리 헤쳐나가는 청년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20대 청년 시절에 평범한 대학생활을 보내지 않았던 터라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대학생 청년들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있는 마음도 부족했다.

 
전할 이야기를 한글자도 쓰지 못하고 한주가 지났다. 그러다 그날 함께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 받은 은혜님을 만나 준비는 잘 되시냐며 짧게 나누었다. 자매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꿰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하나, 둘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내용은 이랬다. “일을 하게 된 이유도, 지금 일을 하고 있을 수 있는 이유도 함께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 지금의 청년들에게 그 내용을 전할 것이다. 이렇게 살자고.” 그랬다. 머리 속 떠다니는 이야기들이 꿰어지지 못했던 이유는 청년들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게 소화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어려웠던 것이다. 재료도 충분하지 않은데 맛있는 음식 만들어보겠다고 하니 어렵지. 그래서 나 역시 지금의 삶,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전하자며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한 줄, 두 줄 적고보니 과연 나 혼자서 살아온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면 ‘직장인의 정체성으로 살던 나와 생명주신 예수를 따르는 제자의 정체성으로 살게된 나’다. 그저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내가 예수제자로 살아가기까지 나에게 계속해서 '함께 살자, 같이 걷자'며 끌어준 형제, 자매들이 있었고, 또 그 안에 계신 성령의 인도하심, 그 과정과 사건들을 정리했다.

영상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 나 하나 믿고, 내 능력 키우고, 내 힘과 내 처세로 세상에 적응하려 했던 과거의 모습을 마주했다. 나 밖에 안보이는 나의 우상세워 따르니 주변에 있는 생명들이 보이지 않았다. 혹여 내가 하는 일을 좋지 않게 이야기하면 날선 태도를 보였다. 누구와도 어우러져 살 수 없는 모습이었다.

마을에서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기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다


반면에 일을 했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나를 만날 수 있었고,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알 수 있었다. 귀함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나를 기다려주며 마을에서, 각자의 터전에서 성실하게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았던 형제 자매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생명이 나고 자라는 과정이라 믿는다.

이야기를 정리하며 지난 날 나를 돌아볼 수 있어 감사했다. 짧은 것도 같고, 긴 것도 같은 공동체에서 지나온 시간을 써내려갔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특정되어 전해지기보다 사람을 쓰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길 원했다.

<생명평화특강-기독학생의 사회진출, 졸업 후 우리는>의 마지막 강의 현장 모습

 

이야기 나눌 시간이 되었고 이야기 손님 3명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세 사람 모두에게 나타난 공통점이 있었다. 이 삶을 세워가는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나와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사회는 혼자, 개인을 강조하고 강요한다. 생명은 결코 혼자 힘으로 자랄 수 없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 안에서 함께, 생명답게 살아가자며 나누기 위해 모인 것이다. 

5주간 생명평화특강을 통해 함께한 청년들이 소망과 희망의 씨앗을 잘 품어갔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나님을 믿고 예수를 따르면 언제, 어디서든 또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그때 서로에게 심겨진 씨앗이 어떻게 자랐을지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가고 싶다.

 

-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