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뒤집기 (2020년 5-6월)
과연 땅 준비를 제 때에 끝낼 수 있을까? 벼를 심어볼 순 있을까? 누가 그러더라. 농사 잘 알고 하는 거 아니었냐고. 아니...나도 몰라! 너랑 거의 다를 게 없어. 모르니까 해보는 거야! 하하하. 어릴 때 난 뭐했지?


몰라도 너무 모르니 마땅히 겪게 되는 어려운 지점이 생긴다. 5월 내내 소처럼 트랙터처럼 땅 뒤집고 써래질 했는데 6월 들어 비가 안 오니까 애써 일군 땅이 말라버렸다. 안돼!!! 어디선가 가뭄 사진으로 보았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천수답이다보니 비가 안 오면 물을 끌어올 길이 없다. 와, 속 탄다. 겨우 겨우 진흙으로 반죽해놨는데, 그나마 논처럼 만들어봤는데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아...뭐, 어쩔 수 있나. 비야 오너라 비야 오너라 비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하고 다시 하고......


우보농장 (6월 6일)
벼모가 어느 정도 자라고 논도 어느 정도 준비되었을 때 마침 우보농장에서 모내기를 한다기에 앞집 연정선생님이랑 함께 찾아갔다. 우와, 이게 논이구나! 하하하. 땅강아지논과 사뭇 다른 느낌. 넓게 펼쳐진 논이 멋졌다. 그치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물이 깊지도 않고 써래질도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용기가 났다. 입가에 웃음이 흘렀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슬쩍 보니 대략(?) 비슷하네! 오늘 잘 배워서 그대로 모내기 하면 되겠다.'
써래질 하는 모습도 유심히 보고 모 자란 정도도 유심히 보고 못줄도 유심히 보고 우보 선생님 말씀도 유심히 들었다. 지금 농사랑 관련된 문제들이 농부들 책임이라고 떠넘길 게 아니라 그렇게라도 농사 안 짓는 우리들 책임이 크다는 말이 귀에 계속 맴돈다.
지익, 푹. 지익, 푹. 지익, 푹. 줄 넘어가요오! 주울 넘어가요오오! 지익, 푹. 지익, 푹...
신나게 모내기했다. 난생 처음이라 눈치도 보고 느릿느릿 따라했는데 금방 익숙해지더라. 지익, 푹. 지익, 푹. 우보 선생님 졸라서 못줄도 하나 얻고 기분 좋아져서 룰루랄라 돌아왔다.


모내기 (6월 14일, 6월 27일, 7월 1일)
우여곡절 끝에 땅강아지논 모내기 아니 모꽂이를 시작했다. 우보농장에서 배워온 것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역할 정하고 나란히 섰다.
자, 시작해봅시다. 호흡 맞춰서 지익, 푹. 지익, 푹. 아얏! 지익...줄 넘어가요... 아, 아직이요!!
가만히 있어도 어설픈 사람들인데 논까지 딱딱한 곳이 많으니 누구는 찔러 넣고 누구는 꽂아보고 누구는 나뭇가지로 구멍 먼저 내고 누구는 얹어놓는다.
다 제각각,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방법 찾아가며 재미있게 꽂아본다.








세 차례에 걸쳐 모내기를 마쳤다. 밤송이를 겨드랑이에 끼워봤지만 아직 따갑지 않다. 수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와, 진짜 벼를 심었어. 진짜 논을 만들었어. 우리가 정말로 이걸 해냈어!

다섯 가지나 심으려니 조금 헛갈리기도 하고 번거롭다. 벼는 교잡률이 1%정도라지만 계속 반복되면 고유 성질을 꽤 잃어버린다고 한다.
내년에는 욕심 부리지 말고 한 칸에 한 가지 심는 게 좋겠다.
그나저나 벌써 여름이구나. 벼 자라는 거 구경 좀 하자! 빠르게 지나가는 하늘 따라 벼도 쑥쑥 자라고 덩달아 나도 쑥쑥 자라고.
<얼쑤 신나게 ‘논’다 #5>에서 계속...

2021.01.26 / 글쓴이 생똥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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