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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 나눔/키움과살림

"장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 고추장 청국장 만들기 도전

"우리 선조가 이 땅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 풍토 계절에 따라 먹을 음식을 미리 계획하고,

그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를 우리 현실(기후변화)과 절기에 알맞게 심고 거두는 농사공부!"

 

산으로 들로 온갖 풀 따러 다니던 들풀 자율배움 모둠이 올해 '너른품밥상연구소'로 한 걸음 나아가면서 새 뜻을 세웠습니다. 말은 좀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때에 맞게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 차릴 수 있도록 논밭에서 밥상까지 잘 계획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러던 중 “우리 손으로 장 만들어볼까?” 툭 이야기가 나왔지요. 가볍게 상상하던 일, 망설이지 말고 하나씩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차리는 밥상 모든 음식의 기본이 바로 장이니까요.

 

첫 번째는 고추장 만들기 한 시간 뚝딱 코스! 각자 집에 묵혀있던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조청, 소금 들고 모였습니다. 정확히 무게 재고 체로 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네요.

하지만 한 시간 뚝딱 코스답게 금세 마무리! 서로 기웃대며 수다 떨다보니 순식간에 끝났어요. 고춧가루 차이인지 조금씩 맛도 모양새도 다릅니다. 이대로 한 달 발효 하면 완성이랍니다. 다음 모임 때 이 고추장으로 떡볶이 해먹자며 입맛만 다시고 마쳤어요.

장 만들기 두 번째 도전은 청국장! 마을에서 작년에 수확한 메주콩으로 만들었어요. 우리가 농사지은 콩으로 만드니 더 의미가 있지요. 각자 콩 한 자루씩 미리 나눠가서 밤새 불려온 콩 들고 모였습니다. ‘콩’으로 청국장 만들고, 지난번 만든 고추장으로 ‘떡’볶이 해먹는 날. 이름 하여 “콩떡” 모임입니다.

불린 콩 압력밥솥에 쪄내어 식히는데, 하나 둘 집어먹으니 이것은 꿀맛! 청국장 만들기는 잠시 잊고 계속 집어먹었답니다. 압력솥에 삶은 콩은 간식이나 샐러드 재료로도 좋을 것 같아요. 다시 정신 차리고~ 벼농사 후에 남은 볏짚 잘라 콩 사이사이 살며시 끼워둡니다.

세 개 중 한 개는 유리용기에 담아 열을 가하고, 두 개는 스티로폼상자 안에 넣어 실온에 두기로 했어요. 이대로 2-3일 발효시켜주면 끝이라네요?! 발효 마치고 짠~ 열어보니 하얗게 발효꽃이 피고 끈적~한 것이 성공한 느낌이 팍팍 듭니다. 소금 넣고 절구에 열심히 빻아 용기에 담았어요. 후에 나눠먹은 지체들이 맛 좋다고 해주니 우리가 진짜 청국장을 만들었구나 싶었답니다.

마트나 슈퍼에 가면 맛있는 고추장 된장 청국장 많습니다. 사실 편의점만 가도 손쉽게 구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희는 왜 굳이 번거롭게 이러고 있는 걸까요? 일단 재밌어요! 같이 하니 뭐든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어 더욱 즐겁고요. 우리 옛 어른들은 이런 재미가 소소하게 많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 입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몸을 만듭니다. 그런데 우리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많은 음식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확히 무엇이 들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먹거리 홍수 속에서, 이렇게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생명으로 정성껏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요? 생명이 순환하고, 만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겠지요. 겪어보면 정말 놀랍고 신비해요!

우리가 만든 고추장으로 요리한 떡볶이!

이런 뜻을 마음에 담아, 편한 길보다 품이 드는 길로 가봅니다. 아직 초보라 이미 있는 식재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우리 배움과 도전이 쌓이면, 재료 하나하나 직접 심고 거두어 만들어가는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을 꿈꾸며 지금 할 수 있는 도전을 해나갑니다.

 

어때요, 장 만들기 참 쉽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