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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소식 나눔/마을학교

2023-24 민들레학교 겨울배움 갈무리 잔치

이전에 소개한대로 없이있는마을에서 초등과정의 친구들을 민들레로 부른다. (참고로 중등과정 친구는 진달래로 부른다.) 일반 초등학교의 방학 시기에 맞추어 민들레 학교를 연다. 과목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때마다 다양한 배움거리를 가지고 온 마을이 함께 가르치고 배운다.

 

이번 겨울학기에는 심심풀이 예술, 가락과 장단, 영어, 산에 핀 진달래·민들레, 우리말로 써서 전하는 우리 역사 이야기 이렇게 다섯 가지 과목과 우리 일상을 담는 만화수업이라는 보따리 과목으로 학교를 꾸렸다. 8주간 함께 마을과 밖에서 신명을 다해 배웠다. 재밌는 것은 민들레 학교를 졸업한 진달래 친구도 네 가지의 배움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학기를 마치면 그 동안의 배움을 갈무리하여 부모님과 이모, 삼촌, 동생들 모두 모여 함께 나누는 잔치를 연다


배움한 것을 마을이 함께 보고 듣고 누리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누구보다도 민들레 친구들 셋이 가장 바쁘게 준비했다. 세 친구들의 학교이니 각 배움자리 발표하는 것도 셋이서 준비하고 연습하고 하느라 많이 애쓰더라. 

아이들의 그림, 글 등 전시하여 함께 둘러보는 중


심심풀이 예술을 통해 목탄 크로키 스케치한 것과 아이들의 후기글, 그리고 만화수업에서 함께 그린 친구들의 일상이 전시되었다. 마을에 함께 사는 이들이 모두 함께 둘러보며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이다. 때에 맞게 기쁘고 즐거운 것이든, 힘들고 어려운 것이든 양껏 마주하며 스스로가 뚫고 온 시간을 본다. 마을에서 함께 키우는 아이들의 성장은 뭉클하고 자랑스럽다.

 

마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가르치는 자의 자격이다. 학생심이 있는 이가 선생이 될 수 있다. 학생심이 있다면 선생이 되고 배움자리를 열 수 있다. 반대로 학생심을 잃지 않아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로 가서 배우는 것도 이것이 크다. 가르치는 이나 배우는 이나 서로의 배움이 순환되며 서로를 성장시킨다. 마을의 청년들이 민들레 학교에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로 함께 어우러져 배움은 더 풍성해졌다.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고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가고 어른이들도 열심히 자라간다. 그래서 참 고마운 장이다.

 

영어 노래를 배운다고 집에서도 열심히 꼬부랑 말로 노래를 연습했었는데 앞에 서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참 좋다. ‘I believe I can fly’ 가사를 배우며 그 안에 스스로 다짐을 한다. 그래, 너희들은 할 수 있다.  우리보다 더 잘 해나갈 거야. 

 

나도 8주간 <우리말역사> 수업으로 아이들을 만나갔다. 이제 고학년이 된 세 친구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고 더 소중히 말하고 쓰는 것을 배우고 또한 우리가 잘 기억하고 계승해야할 역사 이야기를 스스로 정리해서 발표하도록 했다. 탐방을 통해 배운 이야기를 각자 글로 정리했다. 한글의 창제 원리에 대해서, 실학자 다산 정약용에 대해서 그리고 민족의 큰 어른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에 대해서 각자 긴 글을 정리했다.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줄 때 가장 분명하고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은 이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한 것을 배움 때마다 후기로 써서 정리하는 것을 익혀갔다.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어려움도 뚫고 가며 성실하게 배운 것에 고마웠다. 

아이들과 <우리말역사> 수업으로 몽양기념관, 실학박물관 등 함께 견학다녀온 모습들 


이어지는 영남 사물놀이 한 판에서는 십년 뒤 진달래, 민들레 친구들을 미리 그려보는 시간도 되었다. 그래, 너희들은 지금도 이렇게 꽃을 피우는데 십년 후에는 또 어떤 꽃밭이 되며 어떤 열매를 맺을까? 참 곱고 아름답게 피어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냥 기쁘고 행복했다. 

올해 공연은 영남 사물놀이 한 판!


진달래, 민들레 친구들은 마을의 2세들이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공동체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다. 이모삼촌들과 지내는 촘촘한 일상이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빠르게 자란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떠올리며 열심히 자라간다. 그러니 뒤처지지 말아야겠다. 꿈꾸는 대로, 배운 대로 그렇게 삶의 걸음 옮기며 열심히 오늘을 살고 그렇게 내일을 또 꿈꾼다.  

 

-해라-

 

함께라 늘 감사하고 기쁜 <없이있는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