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둥굴레 놀이터>가 만 2년이 되었어요. 올 봄, 우리에게 더 큰 변화가 있었어요. 아이들 만나는 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리고, 그간 날마다 돌아가며 선생님을 하던 틀에서 아이들을 전담하는 담임 선생님을 세웠습니다. 선생님은 어디서 모셔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우리는 우리 마을 안에서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세워지고, 또 마을에서 임금노동이 일어나길 바라며 오랜 시간 기도하며 기다려왔어요.
<둥굴레 놀이터>가 세워지고 작년 한 해는 더 단단히 뿌리내리는 시간이었어요. 엄마, 아빠 선생님과 청년 선생님 등 다양한 관계로 만나가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특히 그 중에서 아이들을 더 깊이 있게 만나가고 싶은 마음을 품은 청년을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으로 세우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공부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그렇게 2년 정도를 함께 했어요.
그리고 올 봄부터 아이들에게는 매일 매일 고정으로 만나는 담임 선생님이 생겼답니다. 둥굴레 아이들 담임 선생님은 유림 선생님이에요. 그림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정성껏 아이들을 만나는 분이에요. 유림 선생님은 아동학을 공부하며 올 해 어린이집 실습을 갔어요. 송송골 이웃 마을 어린이집으로요. 우리는 유림선생님이 이 공부를 하며 아이들을 만나가는 것이 참 고마웠어요. 무엇보다 이 공부가 그저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한 생명 한 생명을 정성껏 만나기 위한 공부여서 더욱 고마웠지요. 유림 선생님이 한 달 반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 때 담임 선생님으로 세우는 것을 약속하고 우리는 그 시간을 준비했어요.
엄마 선생님인 기선, 상희 선생님은 한달 반 동안 미리 담임 선생님과 밥상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만났어요. 4살 아이들에겐 낮잠시간이 생겼고, 7살 아이들은 한글을 배워요. 그리고 다같이 그리기, 만들기, 운동, 노래, 농사 등 다양한 배움과 놀이하면서 일상의 틀 잡아가며 기다렸어요. 아이들도 유림 선생님이 실습 마치고 돌아오기를 매일매일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선생님, 유림선생님 오려면 몇 밤 자야 해요?” 자주 묻곤 했지요.
한몸살이 첫 해에 태어난 두 친구가 올 해 일곱살이에요. 엄마가 선생님인 날엔 자신의 엄마를 다른 친구에게 빼앗긴다고 느끼기도 하고, 마을 공간이 없었던 시절 자신의 집에서 ‘보육품앗이’를 할 때면 자신의 장난감을 친구나 동생들과 함께 가지고 노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했었어요. 외부 기관에 보내지 않고, 그렇게 함께 애쓴 덕분에 우리만의 공간과 담임 선생님도 세워지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선생님이기에,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부모가 없을 때의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려줄 수도 있지요.
덕분에 엄마들은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엄마들은 그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또 아이들 점심 밥상 준비하는 밥상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둘레 선생님으로 새롭게 아이들과 만납니다.
우리의 역할은 시기에 따라 변해가겠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함께 기운을 모으고, 품을 내는 것이 서로를 위한 것임을 오랜 시간 깊이 경험해가요. 그래서 따뜻한 봄 날 <둥굴레 놀이터>에 담임 선생님을 세운 것이 한 사람의 수고가 아님을 기억해요. 함께 배움하고, 아이들 한명 한명을 세심하게 만나가며 기운과 마음을 모아간 둥굴레 주체 선생님들 서로와 우리를 둥글게 감싸주는 너른 마을 이모, 삼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서 더욱 고마운 시간이에요.
-상희-
삶에서 여러 사건들 마주하며 아이들 만나며 살고 싶다 마음을 정했어요. 보통 아이들 만나면서 사는 사람들은 직업과 자격증이 있어야 아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보육교사자격증 준비 시작했어요. 그 과정 가운데 ‘없이있는마을’ 공동체에서 함께 사는 걸음하게 되었지요. 당시 마을에서는 엄마들이 품앗이 형태로 육아를 함께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언니들과 함께 품앗이 선생님으로 마을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을 이모 삼촌들이 모두가 마음과 품을 내어 ‘둥굴레 놀이터’라는 공동육아 배움터를 세웠어요. 날마다 두 명의 마을 이모 삼촌들이 각각 둥굴레 선생님(담임 선생님), 둘레 선생님(산책과 활동 보조 선생님)으로 짝지어 아이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때가 되면 상근 교사를 세우고 좀 더 안정적으로 배움터를 운영할 때를 마음 모아 기도하고 기다렸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보육교사자격증의 마지막 과정인 어린이집 보육실습을 다녀왔어요. 여태 둥굴레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활동들 해보고 싶은데, 제 역량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고,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보육실습에 임하면서 저에게는 물론, 우리 둥굴레 아이들에게도 다양하고 깊은 배움 전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처음 어린이집 가서는 아이들도 많고, 놀잇감도 많고, 밥상, 새참도 풍부하니 마냥 즐거웠어요. 하지만 하루하루 지내면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깊이 만나며 살피지 못하는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부모님들이 원하는 대로 ‘보육 서비스’를 맞춰 제공하기 위한 한계도 보였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들은 인성이 자라나는 시기인데, 기관과 일상의 형태가 다르니 아이들의 생활습관과 태도를 일관적으로 살펴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어요.
그렇게 기관을 경험하고 우리가 직접 키우고 만나는 둥굴레 아이들을 바라보니 더 이상 걱정과 부러움은 사라졌어요. ‘둥굴레 놀이터’가 온 마을이 아이를 함께 살피며 돌보고 있으니 배움과 삶이 하나의 결로 이어질 수 있는 장이란 걸 깨달았어요.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사고력과 창의력 같은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아요. 그저 우리가 겸손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함께 살아가며 아이들에게 ‘삶’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 자세는 아이를 만나며 살아가는 이들만 가져야 하는 자세는 아니에요. 모든 생명이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때 필요한 덕목이겠죠. 저도 계속 이렇게 아이들에게 삶을 전하기 위해 ‘먼저 그렇게 살아가는 이’(先生)이 되려 합니다.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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